멍청한 국가

예로부터 국가는 국민 개인이나 국민들의 소소한 조직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담당해왔다. 예를 들자면 국방이나 도시개발, 보건이나 집단방역 등도 해당이 될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는 알 수 없으나 4차 산업혁명, 그린뉴딜, 대체 에너지 등의 이슈들을 국가에서 선도하려는 시도가 시작되었다.

명확하게 구분짓기는 어렵지만, 이번 정부나 이전 정부나 이건 똑같다. 그저 어떨 때는 장관이나 정무직 공무원들이 수소차를 타고 등장하고 또 어떨 때는 전기차를 타고 등장할 뿐이다.

물론 나의 신분은 3년짜리 기간제 공무원인 공중방역수의사이기에 어쩌면 조심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정부에 소속된 자들은 대부분 보여주기나 쇼에만 혈안이 되어있다. 그리고 그것을 기획하고 연출한다.

나는 지난달 정부세종청사의 농림축산식품부에 파견근무를 갔었다. 4개월 정도의 루틴으로 돌아오는 파견 근무인데 갈때마다 바깥 세상보다 너무 느리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예를 들어, 격일로 하는 회의 자료는 인당 100페이지가 넘는다. 그런데 장차관 및 실장, 국장, 과장 영감님들의 나이 때문인지 아니면 정부라는 묵직한 단어 때문인지 항상 종이로 인쇄를 해서 회의자료를 준비해서 전날 밤에 장관실 등의 입구에 가져다 놓고 오탈자가 발생하면 다시 다 뽑아서 기존 자료를 회수하고 다시 새로운 자료를 배포해야한다. 테블릿pc, 갤럭시탭이나 아이패드 등의 단어는 그들에게는 아직까지 공상과학 영화(그들의 입장에서는 스타워즈 따위)에나 나오는 것들인 것 같다.

그래놓고는 다들 수소차나 전기차를 타고 쇼를 하는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나도 paper의 힘을 아는 세대이고 공부를 할 때도 전자책에 애플펜슬로 표시하기 보단 A4 종이에 펜으로 끄적끄적거린 세대이기에 그들의 익숙함도 인정하고 이해한다.

그렇다면 차라리 경유차나 휘발유차를 타면서, 당당하게 내연기관이 장착된 자동차가 힘이 좋아서 탄다라고 이야기하는 편이 그나마 나을 것이다. 종이는 괜찮고 경유는 안되는 건 누가 정한 것인가.

또 하나, 카톡으로 업무지시는 신생 스타트업에서도 금기시 되는 행위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나는 정체도 모르는 톡방에 내가 초대되어 있다. 나는 톡방에 나를 초대해도 된다고 허락한 적이 없는데 말이다. JANDI 등의 앱이나 차라리 라인으로 업무용 대화를 하는 편인 일반 회사들보다도 후졌다.

다음카카오가 물론 현 정부와 유착이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소문이지만 왜 정부 업무용 메신저를 개발하지 않는 것일까. 예전에 만들었는데 아무도 사용하지 않아서 카톡을 활용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안쓰는건 이유가 있기 때문일텐데 안쓰니까 폐기해버렸단다. 본인들 돈으로 사업을 해도 그렇게 쉽게 지르고 쉽게 포기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그래놓고는 덤으로 업무용 내부망은 보안 상의 이유로 카톡을 막아놓았다. 또한 ‘나라배움터’에서 들을 수 있는 쓰잘데기없는 온라인 교육이나 만들어서 실적올리기에만 급급하다. 이게 오늘날 대한민국 정부의 현실이다.

2021년 대한민국에 걸맞는 똑똑한 국가와 힙한 정부는 어디에 있을지 고민해보지만 이건 뭐 오른쪽이나 왼쪽이나 다들 20세기에서 멈춰버려서 기다리는게 답인 것 같다.

어떤 모임에서 만난, 지금은 뭘하고 사는지도 모르는 나와 비슷한 나이의 정치 꿈나무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지금은 정파 투쟁이 아니라 세대 투쟁을 해야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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